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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 여기기 나름 - 자학의 시

킴머시 2021. 3. 1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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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불행은 스스로 여기기 나름 : 자학의 시

 

 

 

 

자학의 시 詩

저자 고다 요이시에

출판사 세미콜론

 

 

 

걸핏하면 밥상을 뒤엎는 날건달 백수 남편 이사오.

그와 함께라면 고단해도 늘 행복한 유키에의 하루하루.

 

능력 없는 백수 이사오는 걸핏하면 밥상을 뒤엎고, 툭하면 혼자 돈을 벌어 집안 살림을 꾸리는

아내 유키에에게 돈을 빼앗아 빠칭코에 간다. 

 

 

 

 

 

 

 

"우리 그이는 무직인 데다 갑자기 화를 내며 식탁을 뒤엎지만
내 배에는 닿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근본은 착한 사람입니다."

 

 

유키에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유키에는 답답하고 멍청한 여자다(독자 입장에서 내 생각에는 그렇다).

남편은 맨날 그녀에게서 없는 돈을 탈탈 털어 빼앗아서는

빠칭코에 가서 놀음으로 몽땅 날려버리고, 본인 마음에 들지않고 수가 틀리면 상을 엎어버린다.

그래도 그의 본성은 착한 남자라고,

어쩌다 한번씩 츤데레(무뚝뚝 한듯하지만 다정한?? 행동을 일컫는 일본 인터넷 용어) 같은 남편의 호의에 감동하는

유키에는 바보 같은 여자다.

내가 왜 이 책을 사게 되었을까.

 

 

 

 

 

 

멍청하리만치 지극히 순하고 가정적인 여자와 망나니 같은 무식하고 가부장적인 남자의 러브 스토리.

하지만 여자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남자도 티를 안내서 그렇지 여자를 사랑한다.

 

옛날 스타일. 너무나 신파적인 이런 류의 스토리를 나는 정말 혐오한다.

특히 여성 인권 따위 개나 줘버렸던 일본이란 나라의 과거 특성(요즘은 좀 나은가? 최근 일본에 대한 관심은 제로에 가까워서)을 떠올려 봤을 때 더욱 거북하기 그지없던 등장인물들이었다.

 

 

 

2권에서는 지고지순한 부인 유키에의 과거가 밝혀진다.

철없이 딸에게 빌붙어 살던 아버지 때문에 거리의 여자로 전락했던 유키에의 불행한 인생.

그녀의 처철한 인생을 평범한 여자로 살 수 있게(?) 바꿔준, 야쿠자 출신 이사오.

그래서 그런 그를 아낌없이 사랑하게 된 유키에.

 

본인의 의지가 아닌, 어쩔 수 없이 퇴폐적인 과거를 갖고 있는 여자가

그런 자신의 과거를 다 알면서도 감싸주고 평범한 삶을 선택해준 남자에게 감사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폭력을 일삼고 생활비를 갈취하는 남자의 행동을 감내하고 살아야 하는 의무가 있는 건 아닐 텐데.

맨날 생활비 빼앗아 놀음하다가 한 번씩 돈 따오고, 툭하면 기분 나쁘고 질투가 나서 상을 엎고 무례하게 구는 이사오의 행동이

만화이니까 그저 귀엽게 표현이 되는 거지.

현실에서 그런 행동들은 엄연히 폭력일 뿐 이지 않나?
그렇게 좋아서 쫓아다녔으면서 왜 결혼 후에 그렇게 밖에 못하는거냐고, 이사오.

 

 

이젠 인생을 두번다시 행복이냐, 불행이냐 나누지 않을겁니다.
뭐라고 할까요?
인생에는 그저 의미가 있을 뿐입니다.
단지 인생의 엄숙한 의미를 음미하면 된다고 하면
용기가 생깁니다.

 

 

어쨌든 유키에는 행복을 찾았다.

아니 인생을 행복과 불행으로 나누기 보다,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할 뿐.

 

그래서 결국 둘은 행복했다는 식의 결론이, 둘의 과거를 이용해 현재의 관계를 억지로 정당화한 느낌이라 매우 공감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어떤 감동을 받았다는 몇몇 연예인들의 감상이 내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래도 본인이 행복하면 그만이지.
그래, 유키에는 행복한 것 같으니까.

 

완독 후 두 번은 읽어보지 않았던 책.

책장 구석 어딘가에 꽂혀, 무슨 책이든 버리지 못하는 나의 성격 때문에

없는 듯 조용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책.

 

누군가는 이사오와 유키에 둘의 관계 또한 사랑이라고 인정하고, 감동받을 수 있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오늘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곰팡이 자국 난 책을 끄집어낸 나는, 다시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둘 일이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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