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머시 수다/취미

아우슈비츠에서의 행복 - 운명

킴머시 2021. 3.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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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Sorstalansag,세계문학전집 340)

저자 임레 케르테스

출판 민음사 2016.05.09.

 

 

 

 

 

 

 

 

주인공 죄르지 쾨베시는 14살 유대인 혈통이다.

어느 날 아빠가 노동봉사를 명령받고 어딘가로 끌려갔고, 이후 죄르지에게도 노동봉사 명령이 떨어졌다.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된 죄르지는 출근길에 붙잡혀 아우슈비츠로 보내진다.

이후 수용소 여러곳으로 옮겨지며 어려움을 겪다가, 1년 만에 나치군의 패전으로 다시 집에 돌아오게 된다.

죄르지가 집에 되돌아 왔을 때, 여전히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고 새엄마는 재혼을 한 상태였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죄르지는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죄르지에게 수용소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나에게 말해 달라는 게 아니고 세상을 향해 말해 달라는 거야."
나는 더욱 놀라 그에게 물었다.
"도대체 뭐에 대해 말해 달라는 거죠?
"수용소의 지옥에 대해."
그가 대답했다.
나는 지옥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을뿐더러 상상해 본 적도 없어서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가 그것은 일종의 비유라면서 물었다.

 

"특히 저는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이 끔찍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러자 그들이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내 말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도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때 나는 이른바 '고난의 시기'에 그들은 무엇을 하고 지냈느냐고 물었다.
"글쎄... 그냥 살아갔지."
한 노인이 대답했다.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썼지."

 

죄르지에게 수용소에서 보낸 일 년도 그저 걸어온 과거일 뿐이었다.

본인의 운명이 아니었지만, 끝까지 살아냈고 주어진 운명 속에서 끝까지 정직하게 걸어왔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이 착오였으며 우연이고 일종의 탈선이었다고 말했다.
끔찍한 일이었으니 자유롭게 살기 위해 잊고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죄르지는 화가 났다.
이전의 삶을 이어갈 뿐, 우린 결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없어. 왜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걸음의 의미를 모두 잊기를 원하지?

 

 

모든 사람들이 내게 수용소에서의 역경과 끔찍한 일들에 대해서만 묻는다.
그래, 사람들이 나중에 묻는다면 그때는 강제 수용소의 행복에 대해 얘기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묻는다면, 그리고 내가 잊지않는다면 말이다.

 


죄르지에게는 이제 견뎌야 할 지금의 시간이 중요할 뿐이다.
지속할 수 없을 것 같은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겠다는 각오.

어차피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사회의 모두가 암묵적인 공범이다.
사회적 힘과 폭력이 개인의 종말을 강요하는 현대사회는 끝나지 않은 아우슈비츠의 연장이다.
현대의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의지를 다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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