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머시 수다/취미

신세계감독의 새로운 누아르 낙원의 밤

킴머시 2021. 5. 7. 16:25
반응형

제주도 푸른 밤의 누아르 낙원의 밤

 

영화-낙원의밤-포스터

 

 

     

     

     

     

    낙원의 밤은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를 집필하고 '신세계', '마녀'의 감독으로 유명한 박훈정 감독의 새로운 작품입니다. 코로나의 여파는 한국 영화계도 비껴갈 수 없는 치명타를 때렸고, 낙원의 밤은 지난 4월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에서 서비스가 오픈되었는데요. 주연배우가 엄태구, 전여빈, 조연에 차승원, 박호상 배우가 캐스팅되면서 주연보다 조연이 더 기대되었던 영화였습니다. 실제로 주연배우보다 감독 이름과 배우 차승원으로 홍보가 많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물론 지금은 빈센조의 흥행으로 인해 배우 전여빈은 대세 주역이 되었지요.

     

    간략한 줄거리

    주인공 태구(엄태구)는 자신을 스카웃하고 싶어 했던 '북성파'의 공격으로 누나와 조카를 한 번에 잃었습니다. 가족의 복수와 더불어, 조직을 위해 북성의 우두머리 도 회장을 피격한 태구는 러시아로 밀항하기 위해 잠시 제주로 도피를 하게 되는데요. 그의 도피처를 제공하기로 거래한 무기 밀거래상 쿠토(이기영)의 집에서 그의 조카 재연(전여빈)을 만나게 됩니다. 재연은 삼촌에게 훈련받아 뛰어난 사격실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훈련 도중 머리에 총을 겨누는 등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는 그녀. 재연은 사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상태입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길어야 한달. 삼촌인 쿠토는 미국으로 가서 그녀의 병을 고치기 위해, 밀거래를 통해 미친 듯이 현금을 끌어모으는 중이었습니다. 

    러시아로 밀항할 날만 기다리고 있던 태구와 미국으로 수술을 받으러 가야하는 재연. 막다른 길의 두 남녀에게 또 다른 시련이 찾아옵니다.

     

    예측 가능한 줄거리 아쉬운 결말

    (스포주의)

     

     

     

     

     

    개인적으로는 마 이사(차승원)와 양 사장(박호산) 배우의 연기가 이전 작품의 캐릭터와 겹쳐 보여서 몰입에 방해가 있었습니다. 물론 전작을 보신 적이 없는 분들이라면, 크게 문제가 없겠지요.

    만약 신세계 감독의 새로운 누아르 영화라 비슷한 느낌을 기대하고 보신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화면에서 보이는 잔혹함은 신세계만큼, 아니 그보다 더합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이미 도입부에서 예상한 그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진부한 면이 있었습니다. 사실 태구의 가족을 살해한 것은 북성이 아닌 본인 조직의 양 사장이었다는 클리셰 범벅의 결말. 처음부터 줄곧 잔잔했던 이 영화에서 마지막이라도 태구와 재연이 복수에 성공하길 바랬으나, 또 결말은 의외로 예상 못한 새드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결국 조직 우두머리인 양 사장의 배신으로 태구는 잔인하게 죽음을 당하고, 재연은 마지막 복수를 위해 총을 들었습니다. 중간에 사격실력을 뽐냈던 이유가 결말의 복선이었던 거죠. 재연은 마 이사와 양 사장, 그리고 제주에 함께 따라온 조직원들을 모조리 총으로 난사해 죽여버립니다. 양 사장에게는 특히 더 잔인하게 여러번 확인사살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쫓아오는 경찰들을 뒤로 하고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어쩌면 제목에서 이미 예상할 수 있었던 결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낙원의 슬픈 밤

    '낙원의 밤'이라는 제목이 품은 뜻에 대해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낙원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인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비극이 대비가 되니 아이러니도 있고, 실제로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곳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슬픈 풍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시원하게 뻗은 삼나무 숲길, 바다가 펼쳐진 해안도로 등 아름다운 풍경과 색감으로 화려한 미장센을 연출합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태구와 재연은 둘 다 가족을 모두 잃고, 상실에 빠진 채 서로의 존재만 남은 사람들이죠. 그나마도 둘 중 태구가 죽으면서, 혼자 남은 재연이 술과 담배로 지새우던 밤.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그들의 밤은 비극만 남은 슬픈 밤입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새로운 스토리를 기대하지 않고, 잔잔한 어둠의 누아르도 괜찮다면 나쁘지 않은 영화입니다.

    취향이 까다롭지 않은 저에게는 적당한 여운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