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JU 제주 일상/동네여행

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제주의 깊고 푸른 연못 (沼)

킴머시 2021. 6. 1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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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절대 볼 수 없는 고살리탐방로의 소(沼)

 

 

 

제주의 계곡은 육지와 달리 대부분이 건천이라 좀처럼 보기 힘든, 물이 흐르는 계곡을 만나고 왔습니다. 효돈천을 끼고 있는 고살리탐방로입니다. 이틀 전 비가 온 탓에 정말 멋진 경치를 보고 왔답니다. 고살리탐방로를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저처럼 이렇게 물이 가득 흐르는 모습을 글로 담은 포스팅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꼭 함께 보고 싶어서 가득 담아왔으니 기대해주세요.

 

 

 

 

효돈천을 끼고 있는 고살리탐방로

 

고살리는 하례 2리의 계곡에 샘을 이룬 터와 주변을 말하는데, 연중 물이 고이고 흐르는 곳으로 하례 2리 마을의 상징과 같다고 합니다. 하례 2리는 지난 2013년에 환경부가 지정한 자연생태 우수 마을이기도 합니다. 고살리 탐방로는 이 마을의 생태하천 옆을 지나는 자연 탐방로입니다.

 

 

 

고살리 탐방로를 들어가는 입구 중 하나는 516 도로를 타고 제주에서 서귀포로 넘어올 때, 서귀 다원 가기 전 맞은편으로 들어오는 곳이 있어요. 그리고 조금 더 내려와서 학림교를 지나 들어오는 입구가 있습니다. 저희는 아래쪽 길을 시작으로 고살리 숲길에 들어갑니다.

 

 

 

고살리 탐방로는 전체 길이 약 2km 정도로 길지 않아 가볍게 걷기 좋답니다. 좁은 오솔길을 따라 숲길로 진입합니다.

 

 

들어서자마자 물 흐르는 소리에 홀린 듯이 옆으로 내려갔답니다. 본래 제주의 대부분 계곡과 하천은 건천이라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데, 효돈천은 일부 구간이 물이 고여있거나 흐르는 곳이 있다고 해요.

 

 

 

하지만 이 날은 일부 물이 흐르는 구간이 아니더군요. 학교 다닐 때 배웠듯이, 제주는 화산섬이기 때문에 비가 와도 매우 빠르게 바다로 물이 빠져나가는 지형인데, 이틀 전 엄청나게 쏟아진 비로 인해 아직도 계곡과 하천이 물이 가득했어요.

 

 

 

시작부터 이렇게 멋진 광경이라니. 한참 구경을 한 뒤 다시 숲길로 올라 탐방로를 걷기로 합니다.

 

 

 

올레길처럼 탐방로를 안내하는 리본 끈이 곳곳에 있으니, 꼭 이 리본을 따라 들어오세요.

얼마 전에도 고살리탐방로를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땐 급한 볼일로 인해 초입에서 되돌아 나왔었거든요. 

 

 

 

아마 그때 그냥 들어왔다면 모기에게 무수히 뜯겼을 것 같습니다. 옆으로 따라오는 산모기를 쫒아내며 걸었습니다. 꼭 긴바지 입고 해충기피제 뿌리고 가세요. 레깅스 입고 긴 남방을 걸쳤는데도, 집에 와보니 모기에게 3군데나 헌혈을 했네요.

 

 

 

풀과 이끼가 무성한 숲길을 걷는데 계속 옆으로 물이 비칩니다. 하천을 가로질러 건널 수 있게 길을 내 놓았습니다.

 

 

 

장냉이도라고 불리는 이 곳은 고살리샘에서 북쪽에 위치한 냇가 길입니다. 옛날 숙종 14년에 양인 방이라는 사람이 죽어 자손들이 묏자리를 보았는데, 길이 없는 곳을 지나 묘를 쓰게 되어서, 나무를 잘라내고 길을 만들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영장을 넘긴 도라고 장냉이도(장넘긴도)라고 한다네요.

 

 

 

장냉이도 앞으로는 낭떠러지라서 비가 오면 아래로 폭포를 이룬다고 합니다.

 

 

 

장냉이도 끝으로 조심해서 걸어 나가 낭떠러지를 구경해보니, 그 밑으로 깊은 계곡물이 보입니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물이 가득한 광경은 볼 수 없었을 거예요.

 

 

 

탐방로를 걷는 내내 옆으로는 푸른 계곡물이 가득해서, 좀처럼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물색이 기가 막힙니다. 평소에는 이 깊은 물속이 모두 말라 일부에만 소를 이루고, 하천 트래킹을 하면 물이 없는 돌과 바윗길을 따라 걸을 수 있습니다. 

 

 

 

깊은 물빛에 감탄하면서 계속 숲길을 걷다 보면 고살리탐방로에서 꼭 봐야 하는 장소가 나옵니다.

 

 

 

건천인 효돈천 중간에 언제나 물이 고여있는 곳. 속괴입니다. 바위 위로 우뚝 선 적송이 있고, 그 옆으로 비가 올 때는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고 합니다. 유독 토속신앙이 널리 퍼져있고, 온갖 신들이 많은 제주. 속괴 또한 기도를 하러 많이 찾아오는 곳이라고도 합니다.

 

 

 

비는 그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속괴에는 아직도 작은 폭포를 이룬 물줄기가 바위틈으로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본래 이곳을 방문하기 전 다른 블로그의 탐방기를 찾아봤을 때, 하나같이 속괴는 어둡고 고인 물 위로 낙엽이 쌓여서 마치 음침한 늪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속신앙이 이뤄지는 곳이라 했을 때, 그럴만하다- 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날 우리가 맞이한 속괴는 너무나 환하고 초록빛이 가득한 신비한 계곡이었네요.

 

 

저 위로 보이는 꼿꼿하게 서있는 나무가 적송입니다. 

왼쪽에 우거진 나무 아래로는 돌계단에 기도를 하던 제단의 흔적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경치를 마치 전세라도 낸 듯, 신랑과 단둘이 느긋하게 즐기다가 왔네요.

 

 

 

너무나 행운이었던 타이밍.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을 잔뜩 구경하고 온 날. 아마 평소에 방문한다면 오늘 같은 계곡과 깊은 호수 같은 신비한 소(沼)는 보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비가 잔뜩 오고 나면 생각날 것 같은, 고살리탐방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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