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머시 수다/잡담

제주 바다 그 여유로움

킴머시 2021. 2. 2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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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사실 제주 에서 나고 자란 도민은 아닙니다.

내륙지방에서도 우리나라 거의 가운데 아주 작은 동네에서 서른 살이 넘도록 살고 있었지요.

제주로 오겠다고 결심하게 된건 큰 뜻은 없었어요.

육지에서 제주 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던 때쯤이었던 것 같네요.

수학여행 이후로는 여행조차 와본 적이 없는 곳이었으나,

어느날 정말 뜬금없이 전 남자 친구가 제주 에 가서 살아볼까- 하고 말을 꺼냅니다.

그렇다고 제주에서 사업을 한다거나, 제주에서 해야 하는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말 그대로 그냥 살려고.

전 남자 친구 직업이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취업자리를 알아보겠다고 나섰죠.

저는 전문직도 아니고, 제가 조건만 예민하게 따지지 않는다면 어디서든 일은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그래서 함께 제주에 가기로 결심합니다.

여기서 "아니, 애인 따라서 이주를 했다고? 가족도 아니고?" 하는 의문이 생기시나요?

그 전 남자 친구는 현재의 남편으로 전직하였습니다.

헤어지지 않았어요. (ㅋㅋㅋ)

 

 다들 제주에서 사는 것을 부러워합니다.

근데 사실 제주도 그냥 사람 사는 곳일 뿐이에요.

임금은 전국에서 최하위라고 하지요.

저는 실제로 육지에서 받던 급여만큼 따라잡기까지 약 3년이 걸렸습니다.

돈을 포기하고, 그저 휴일과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어서 선택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제주 의 첫 직장에서 매일 야근을 밥먹듯이 했어요.

제주 라고 모두 저녁이 있는 삶을 살진 않아요.

 

제주바다 노을

 

바다를 가려면 2시간을 차로 이동해야 하는 지역에 살던 제 입장에서

퇴근 후 10분이면 바다를 볼 수 있는 제주의 이주생활은 참 놀랍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제주 라는 섬에서 여행 온 것처럼 사는 삶을 상상하며 내려온 이주민들이

실망하고 2-3년 내에 되돌아가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게 지치는 건 어디 가나 똑같아요.

여기도 마찬가지죠.

특별함을 기대하기보다 그냥 평범한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돈을 못벌어도 욕심부리지 않으면 행복할 수 있다- 라고 되내여봅니다.

(하지만 돈이 있으면 더 행복해질 수 있어..)

 

 

제주 김녕바다

 

가족도 없고, 먼 친척이나 친구도 없이 단 둘이 이주한 섬이지만,

좋은 선택이었다고 만족할 수 있는 이유는 딱 하나인 듯해요.

 

[ 한 주를 열심히 달리고 난 후 한적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로움. ]

 

오늘은 날이 너무 흐리고 추워서 집콕 예정인데,

내일은 오름이라도 올라갈 수 있게 날이 풀렸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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