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제주 에서 나고 자란 도민은 아닙니다. 내륙지방에서도 우리나라 거의 가운데 아주 작은 동네에서 서른 살이 넘도록 살고 있었지요. 제주로 오겠다고 결심하게 된건 큰 뜻은 없었어요. 육지에서 제주 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던 때쯤이었던 것 같네요. 수학여행 이후로는 여행조차 와본 적이 없는 곳이었으나, 어느날 정말 뜬금없이 전 남자 친구가 제주 에 가서 살아볼까- 하고 말을 꺼냅니다. 그렇다고 제주에서 사업을 한다거나, 제주에서 해야 하는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말 그대로 그냥 살려고. 전 남자 친구 직업이 디자이너였기 때문에 취업자리를 알아보겠다고 나섰죠. 저는 전문직도 아니고, 제가 조건만 예민하게 따지지 않는다면 어디서든 일은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그래서 ..